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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부모교육학회 2024년 8월 부모교육칼럼: 김수진 교수(성산효대학원대학교 가족상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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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열린부모 작성일24-08-10 09:50 조회39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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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수용, 소외를 넘어 소통으로 가는 길

 ‘관태기’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관태기는 ‘인간 관계’와 ‘권태기’의 합성어로 말 그대로 인간 관계에 대한 피로감을 의미합니다. 코로나19 비대면의 일상에서 벗어나 대면 문화가 확장되고 있지만 여전히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일은 모두에게 쉽지 않은 듯합니다. 

 

 특히 요즘은 사람과 실제적인 관계를 맺기보다는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에서의 다양한 인간 관계를 추구합니다. SNS에서는 시공간을 초월하여 연결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자신의 진솔한 모습보다는 타인에게 보이는 모습에 더 관심을 두게 됩니다. 타인의 일상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은 채 팔로잉하고 자신도 모르게 시간과 마음이 잠식되어 관계의 권태감을 느끼기에 이르는 것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형태로 인간 관계는 늘었지만, 그 가운데 진정한 소통이 있는지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혹시, 서로에게 다가서기엔 자신이 상처를 받을지 두려워 차라리 실제적인 인간 관계에는 거리를 두려는 두려움이 우리를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요? 학교와 사회에서는 서로를 경쟁자로 보도록 몰아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스스로를 무가치하고 실패한 존재로 간주하여 쉽게 상처를 받게 됩니다. ‘나는 왜 저 사람보다 못하지?’, ‘나는 왜 이렇게 초라할까?’, ‘나는 실패자야!’ 이러한 자기 비하는 타인과 관계를 맺을 기회까지도 빼앗아 갑니다. 자신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타인과 연결되는 것도 두려워지기 때문입니다.  

 

 

2024.08

 

 

 최근 심리치료 분야에서는 ‘자기 연민(self-compassion)’이라는 개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자기연민은 힘겨워하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용의 태도로 1) 자기 친절 2) 보편적 인간성 3) 마음 챙김의 3가지 핵심적인 요소를 강조합니다. 다시 말해 자신에 대해 비판하고 질책하는 것이 아닌 친절함과 이해로 대하는 것, 나만이 겪는 괴로움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경험으로 받아들이는 것, 자신의 어려움을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부정하지 않고 균형 잡힌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진정한 소통이 있는 관계를 유지하는 핵심은 나 자신에게 스스로가 먼저 좋은 친구가 되어주는 것입니다. 즉 자기 비하가 아닌 ‘자기 돌봄’을 통해 자신을 판단하지 않고 수용적으로 공감하는 태도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이는 성공적이고 타인에게 그럴듯해 보이는 외면의 모습만이 아닌 상처받고 취약한 자신의 내면까지도 끌어안는다는 의미입니다.  

 

상담에서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한 로저스(Rogers)는 상담자가 내담자를 존중하고 수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을 수용하고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상처받기 싫어서, 타인과 비교되는 나를 마주하기 싫어서, 타인에 대한 무관심으로 인해 점차 관계에서 소외되고 있다면, 이제는 용기를 내야 할 때입니다. 

 

 작은 사회인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언가 배우기 위해서 단계가 있고 시간이 걸리고 실수를 반복하며 익숙하지 않음을 견디어야 한다는 것을 부모가 자녀에게 가르치는 것처럼, 진정한 인간관계를 맺기 위해서도 일정 시간 나를 이해하는 단계가 있고 때론 실수도 있지만 끈기를 가져야 하는 일임을 자녀에게 가르친다면 어떨까요? 서로에게 조금은 더 용납하고 관용하지 않을까요? 우리 사회가 소외가 아닌 소통으로 더 나아가지 않을까요? 

 

 자기 수용이 진정한 타인과의 연결로 이어진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가정에서부터 배우고 경험하여 우리 사회에 관태기라는 단어는 사라지고 긴밀히 연결되는 따뜻한 관계의 풍성함 속에 존중과 배려로 아름다운 사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김수진 교수(성산효대학원대학교 가족상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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