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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부모교육학회 2023년 6월 부모교육칼럼 : 이현진 교수(대구카톨릭대학교 유아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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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열린부모 작성일23-06-23 10:42 조회1,95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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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아이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


   최근 몇 년 사이 우리 생활 주변에 ‘노키즈존(No Kids Zone)’을 표방하는 식당 또는 카페 등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노키즈존은 특정 장소에 아이들의 입장을 제한한다는 뜻으로 대체로 영업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입장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심하게 소란스럽거나,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등의 이유로 다른 고객들에게 방해되기 때문에 어른들의 휴식과 즐거움을 위해 아이들의 소음과 활동을 제한하기 위해 노키즈존을 운영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교육적 배려로써 아이들을 부적절한 문화나 환경에 노출시키지 않고 보호하기 위함이라기보다는 특정 장소에 어른들끼리 조용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나이를 기준으로 아이들의 진입을 제한하는 것입니다. 영업 공간에 어떤 고객을 받을지 말지는 사업주의 마음이고, 한편으로 이런 결정은 매우 합리적인 비즈니스적 결정으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소란스러움이 다른 고객에게 민폐를 끼침으로써 사업주에게 항의하거나, 재방문하지 않는 것으로 영업에 손해를 입을 수 있는 문제를 이러한 방식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입니다.
  사업주의 이런 운영방식에 대해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어른들도 시끄럽게 떠들고, 싸우기도 하잖아요.”라고 답할 수도 있습니다. 식당이나 카페 같은 공공장소에서 어른들은 모두 올바르고 적절한 행동을 하고 있나요? 부적절하게 행동하는 어른들에게 사업자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어른들만을 위한 나라가 아니라, 아이들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나라에 대한 희망은 순진한 이상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레고 사이에 누워있는 아동3명
   아동의 권리와 복지를 고려할 때, 아이들은 성장과 발달을 위해 안전하고 건전한 환경에서 자유롭게 놀이하고 활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사회적, 신체적, 정서적으로 성숙해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경험과 상호작용을 필요로 합니다. 그러므로 공공장소에서 적절한 태도와 매너를 키우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직접 다양한 장소에서 풍부한 사회적 경험을 통해 어른들의 지도와 도움으로 배워가야 할 것입니다. 노키즈존은 단순히 나이를 기준으로 아이들을 혐오하고 거부함으로써 손쉽게 해결하려는 태도는 아닐까요? 어른들이 아이들의 행동과 태도에 대한 롤 모델이 되고, 함께 교육을 해야 하는 책임을 유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다행히도 최근 희망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기사를 발견하였습니다. 노키즈존과 달리 ‘케어키즈존(Care Kids Zone)’을 운영방식으로 내세우는 카페의 소식이 담긴 기사로, 케어키즈존은 아이들도 입장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문제가 생기면 전적으로 아이들의 행동에 대한 책임은 보호자에게 있음을 안내하는 것입니다. 차별적인 노키즈존처럼 혐오와 배제를 통한 악순환을 만들어 가기보다는 아이와 함께 오는 고객을 환대하면서도 보호자의 책임을 분명하게 제시하는 점이 다릅니다. 긍정적 선순환 상황을 만들어 가기 위한 노력으로 보입니다. 기사에 의하면 안내문에 “자녀를 동반한 고객의 부주의로 직원이 제재를 가할 때 직원에게 고함과 욕설을 하지 말 것을 부탁합니다.”라는 내용이 작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아이들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대안적인 운영 정책을 제시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 매우 다행으로 여겨집니다.
   어떻게 보면, 케어키즈존 안내문의 내용은 너무나 당연한 얘기입니다. 모든 공공장소는 일종의 케어키즈존으로써 보호자는 동반하는 아이들이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면서 적절한 태도와 매너를 배우고 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고, 주변의 어른들도 그런 과정을 지켜보고 동참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아이들이 사회화 과정에 타인과의 관계나 타인에 대한 배려를 더 잘 배울 수 있도록 보호자 스스로가 아이들의 롤 모델이 되고, 교육하며 키우려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사회의 특정 그룹을 배제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때, 그것도 아이들과 같이 정치적 영향력이 없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소수자들에 대한 차별과 배제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때, 그 사회의 어떤 누구도 언젠가 특정한 이유로 배제될 수 있는 가능성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생각해야 합니다. 

이현진 교수(대구가톨릭대학교 유아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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