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부모교육학회 2021년 11월 부모교육칼럼- 박수정 교수(대구보건대학교 작업치료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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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열린부모 작성일22-02-14 11:31 조회7,17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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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맨발로 걸어보기
2021.11.05무더위가 잠시 주춤하더니 아침, 저녁으로 쌀쌀해진 날씨가 가을을 잊고 겨울맞이를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여름 동안 신나게 산과 들, 바다에서 땀 흘리며 열심히 뛰어놀았던 아이들이 겨울이 되며 조금씩 활동반경이 줄어들고 여러 가지 이유로 야외 활동을 마음껏 하기 어려워집니다. 요즘은 매서운 추운 겨울에도, 찜통 같은 무더운 여름에도 날씨와 전혀 상관없이 안전하고 즐겁게 놀이를 할 수 있는 실내 놀이터와 체험장이 많이 생겨나 우리 아이들의 놀이를 풍부하게 해줍니다. 하지만 우리를 둘러싼 자연만큼이나 좋은 놀이터와 놀잇감이 더 있을까요?
자연에서의 놀이는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와 동등한 경험을 제공하고 스스로 호기심을 해결하며 더할 나위 없는 스스로 체험 학습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자연은 자기만의 고유한 속도로 자라나고 변화하는 환경을 아이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자연의 본질을 닮은 바른 인성을 함양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그리고 이러한 자연에서의 놀이는 우리 아이에게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의 행복과 즐거움을 줄 수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감염의 두려움이 우리를 자연으로 나갈 수 있게 해주었고, 아이와 함께 야외로 캠핑을 다니거나, 차박과 같은 경험을 하는 가정이 늘고 있습니다. 자연놀이에 대한 경험과 새로운 도전과 모험이 있는 여행을 통해 아이와 함께하는 경험을 많이 하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캠핑과 차박을 위해서는 많은 준비물과 준비과정이 필요하고 아이와 함께 한번 마음먹고 캠핑을 다녀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금전적 여유가 필요합니다. 한번쯤은 가을과 겨울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캠핑도 좋지만 우리가 매일 가까이에서 아이와 함께 자연을 느끼는 자연 놀이는 없을까요?
저는 우리 아이와 부모님들께 맨발로 걷기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제가 아이와 맨발걷기를 시작 한 건 첫째 아이가 ‘흙길 맨발걷기 교육’을 시행하는 초등학교에 작년에 입학하면서 부터 입니다. 작업치료사이자 감각통합치료를 오랫동안 공부한 저조차도 아이와 놀아줄 때 다양한 감각을 어떻게 신나고 재미있게 줄 것인가만 생각했지, 자연 그대로의 놀이가 주는 안정감과 행복감을 잊고 있었던 찰나 아이의 엄마가 되어 다시 놀이와 아이에 대한 기본을 돌아볼 수 있던 기회였습니다.
아기 때부터 성장하면서 다양한 감각의 어려움을 보이던 첫째 아이가 맨발교육을 실시하는 초등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고 아동작업치료사였던 경험을 살려 3개월 먼저 준비과정을 시작 했습니다. 먼저 아이와 함께 초등학교 운동장을 놀이터처럼 매일 방문하였고 할머니와 엄마가가 먼저 맨발로 걷기를 시작하였습니다.
이미 동네에는 학교 운동장에서 맨발걷기를 위해 방문하는 주민들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신발과 양말을 벗고 맨발로 걷는 어른들과 또래들을 보며 첫째 아이도 조금씩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맨발로 바닥을 밟기 어려워하던 아이에게 우리는 그 어떤 재촉도 권유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신나게 걷는 모습을 보여주고 신발을 벗지 않아도 좋아, 도전해 보고 싶어지면 그때 엄마에게 말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2달 동안 단 한 번도 신발과 양말을 벗지 못했던 아이가 “나도 한번 신발을 벗어볼까?” 라고 말하며 첫 시도를 했을 때 우리는 모두 축하해 주었습니다.
잘 만들어진 곳에서 이루어지는 풍부하고 다양한 경험이 우리아이들에게 정말 좋은 감각놀이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주 사소하지만 신발과 양말을 벗고 자연에 발을 내딛는 작은 순간이 모여 우리 아이들에게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용기와 도전의 밑거름이 되어줄 것입니다. 우리는 아직도 일주일에 3번 이상은 맨발로 운동장을 걷습니다. 맨발로 운동장을 걸으며 봄, 여름, 가을 땅의 온도를 느끼고, 주변 나무와 풀이 얼마나 자랐는지 이야기 하고, 하늘의 구름 모양에 대해서 여러 가지 상상을 해보기도 합니다. 앞으로 우리 아이가 만날 환경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더욱더 힘든 도전일 것입니다. 하지만 처음으로 신발을 벗을 용기를 낸 그 날과, 발가락으로 흙을 밟아본 그 순간의 기억이 아이의 도전을 계속 응원할 것이라 믿습니다.
맨발걷기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았더니, 맨발로 걷는 사람이 늘고 맨발걷기 동호회도 증가 하면서 자연에서 안전하게 맨발로 걸을 수 있는 숲길이 여기저기 조성되고 있었습니다. 박동창 맨발걷기 시민운동본부 회장은 “맨발로 흙길을 걸으면 돌멩이, 나무뿌리, 나뭇가지 등이 발바닥을 자극한다. 그러면 우리 몸의 각종 장기에 혈액이 왕성하게 공급돼 면역력이 좋아진다. 맨발로 걸으면 웬만한 병에 걸리지 않는 이유”라고 말합니다. 맨발걷기가 만병통치약은 아니겠지만 아이와 함께 자연에서 웃으며 걷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신발과 양말을 벗을 수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 아이와 함께 자연에서 놀이의 시작인 맨발걷기를 위해 따뜻한 외투와 손수건, 물을 챙겨 들고 안전한 숲길로 주말에 나가보는 것은 어떨까요? 여러분의 건강한 맨발걷기를 응원합니다.
글대구보건대학교 작업치료과교수 박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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