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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부모교육학회 2020년 6월 부모교육 칼럼-박수희(호남대학교 작업치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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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열린부모 작성일20-06-25 13:18 조회19,58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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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부모교육학회 2020년 6월 부모교육 칼럼

 

부모와 다른 아이들

 

아동 발달 전문가라 불리던 나에게도 내 자식은 구멍이었다. 2년 전 어린이집 선생님으로부터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라는 말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지금은 고민하던 문제가 좋아졌기에 이런 칼럼도 쓸 수 있는 것이지, 그 당시엔 '정말 우리아이의 문제가 사실이면 어떡하지?'라는 생각과 그 문제가 말로 내뱉는 순간 사실이 되어 버릴 것 같은 두려움에 주변 사람들에 말하기도 두려웠었다.

그 당시 아이에 대해 매일 일기를 썼는데 몇 가지 내용을 발췌해봤다.

 

끝없이 생각하고, 끝없이 문제점을 찾으려고 하고...
그냥 한 아이로 보면 될 것을
00에게 문제가 있다고 한들 어쩔 수 없는데
오늘 하루를 그냥 재미있게만 보내자


- 2018년 1월 22일 -

 

아이가 태어나면, 엄마도 태어나는 것
가장 많이 참고 노력하지만, 서투르고 실수투성이 엄마
잘 키우고 싶은데
좋아지는 듯 하다가 다시 불안해지게 만드는 우리 아이


- 2018년 3월 16일 -

 

 
매일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무엇이 다른지, 그걸 어떻게 바꿔줘야 할지, 다른 아이처럼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주변에서 추천해준 책이 앤드루 솔로몬의 「부모와 다른 아이들」이다. 이 책은 부모의 경험만으로 이해할 수 없는 특징을 지닌 아이에 대해 다루고 있다. 청각장애인, 소인증, 다운증후군, 자폐증, 조현병, 장애인, 신동(영재), 강간에 의해 태어난 아이, 범죄자, 트렌즈젠더 이렇게 열가지 특징을 지닌 자녀와 부모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차이”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부모와 다른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이를 질병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정체성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차이를 응징하는 문화에서 수용할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 서문에서 밝혔듯이 우리 아이는 어려서부터 남다른 영특함이 있었다. 남들보다 빠른 나이에 한글과 영어를 스스로 터득하고, 모든 것을 사진 찍듯이 외워버렸다. 처음엔 영재인 줄 알고 마냥 기쁘기만 했다. 그러다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주변의 반응에 그 차이를 수용해주지 못하고 다른 아이처럼 바뀌길 바랐다.

모든 양육에는 두 가지 행위를 포함한다. 첫째는 아이를 변화시키는 행위이고, 둘째는 아이를 지지하는 행위이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자신에게 자긍심을 느끼도록 해주는 것이 두 번째 양육 행위이다. 이 두 가지 양육 방법이 적절하냐에 대한 명확한 답은 없다. 하지만 변화에만 치중하다 보면 우리 아이는 문제투성이가 되고, 난 끊임없이 자책하는 부모가 된다. 나는 우리 아이의 “차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다른 아이처럼 변화시키기에 급급했다.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와 다르다는 “차이”를 인정하는 순간 조금 더 지지적인 부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는 두 종류의 정체성을 이야기하는데 수직적 정체성과 수평적 정체성이다. 수직적 정체성은 부모에게서 대물림 되는 것으로 부모가 살아 온 방식을 이어 나가는 것이다. 한 사회의 전통적 문화가 형성되는 것도 수직성 정체성이 있기 때문이다. 수평적 정체성은 비슷한 집단에서 배우는 것이다. 우리 아이는 지적, 신체적, 사회적, 정서적 발달의 균형이 맞지 않았다. 극도로 발달한 지적 기능을 다른 영역이 맞추지 못했던 것이었다. 나는 균형을 맞추기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았지만 비슷한 다른 아이들을 만나기 전까지 아이의 “차이”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부모와 다른 아이들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겠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시작이 더욱 행복한 아이가 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 박수희(호남대학교 작업치료학과 교수)
  • 발행
  • 2020-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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