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부모교육학회 2025년 1월 부모교육칼럼: 이영은 교수(가천대학교 유아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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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열린부모 작성일25-01-09 10:43 조회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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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양육의 시대, 자녀의 건강한 독립을 위한 부모 역할의 재정립
2025.01.06최근 사회 곳곳에서는 성인 자녀의 직장 생활까지 개입하는 ‘과잉 양육’ 부모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한 일간지가 시가총액 기준 국내 100대 기업 소속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가 놀랍습니다. 응답자의 35%가 직원의 부모로부터 자녀의 부서 이동, 급여, 휴가, 복장 규정 등에 관한 연락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심지어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는 대학입시를 방불케 할 정도의 부모 개입이 일어난다고 하는데요. 문의만 아니라 입사설명회 또는 면접 참석 등 개입의 범위도 넓습니다.
저 또한 대학에서 보직을 맡아 행정업무를 했을 때 부모님의 전화를 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대학뿐 아니라 금융, 유통, 정보통신 분야의 대기업, 회계 법인, 대형 병원도 부모의 개입으로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고 하니 이제 부모의 과잉 개입 현상은 해프닝으로는 치부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그 원인과 해결 방안을 모색해 보아야 할 때인 듯합니다.
전문가들은 과잉 양육 부모의 개입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합니다.
첫째는 사회적 요인입니다. 저출산으로 부모의 관심이 한 자녀에게 집중되었으며, 저성장 장기화로 부모 세대보다 자녀 세대의 경제력이 저하되었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심리적 요인입니다. 사회적 요인에서 비롯된 불안과 불신은 부모가 자녀 인생에 과도하게 개입하게 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돌봄에 익숙해진 자녀는 성인이 되어도 독립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현대 우리 사회는 과거 어느 때보다 부모 교육이 넘쳐나는 시대라는 것입니다. 더욱 나은 부모가 되기 위해 공부하려는 부모들도 많고, 그들을 위한 정보와 책도 넘쳐납니다. 다양한 부모와 자녀의 사례를 맞춤형으로 진단해 주는 방송 프로그램도 즐비하지요. 그런데도 왜 부모 교육을 받은 세대의 자녀들이 성인이 되어도 독립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걸까요? 왜 불편한 소통과 같은 일들을 부모가 대신 해결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일까요?
부모 교육의 이론들을 살펴보면 그 근간은 심리학과 교육학에 있습니다. 부모 교육 이론과 프로그램에서 가르치는 기법들은 부모와 자녀의 상호작용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부모 교육에서는 ‘부모’의 역할을 심리학의 ‘상담자’의 역할이나 교육학의 ‘교육자’의 역할과 구분해서 설명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부모는 상담자 또는 교육자와 어떤 점에서 다른 특별한 역할을 지닌 존재일까요? 자녀 양육의 궁극적 목적은 자녀가 건강하게 독립하여 사회 속에서 조화롭게 공생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습니다. 자녀의 독립과 공생을 위해 부모가 할 수 있는 특별한 역할을 가장 잘 표현한 단어는 ‘코칭’입니다. 코칭은 상담과 달리 과거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현재의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춥니다. 코칭은 교육과 달리 가르치기보다 문제 해결의 열쇠를 자녀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질문’을 통해 자녀가 스스로 답을 찾아가게 합니다.
부모 교육, 이제 변화해야 할 때입니다. 심리학적, 교육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부모 스스로 부모 역할의 본질과 개념을 정립하도록 돕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따스한 관심을 보이면서도 한발 물러서 자녀의 선택을 존중할 수 있도록, 자녀의 실패나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넘어짐과 일어섬을 통해 자녀가 성장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자신의 길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걸어가는 자녀로 잘 기를 수 있도록 부모의 역할을 재정립해보면 어떨까요? 자녀를 격려하며 믿어주는 일, 이것이 진정으로 자녀를 위하는 일입니다. 또한 부모의 역할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회가 공감하고 지지하며 건강한 자녀를 양육하는 일에 관심 갖고 함께 해야 합니다. 스스로의 삶에 책임지는 건강한 사회구성원이 많아지면 우리 사회는 더 행복할 것입니다.
글이영은 교수(가천대학교 유아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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